21세기는 유전정보가 곧 재산인 시대이다. 누가 유전자 정보를 빨리 잘 수집해 유용한 자산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엄청난 지적 자산의 소유 여부가 결정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유전적 정보를 가진 유전자들의 DNA 서열을 완전하게 밝히는 프로젝트이다. 199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내달 안에 대체적인 염기서열 분석이 다 완성될 상황이다.
이제 DNA 염기서열 속에 있는 유전자가 실제로 우리 몸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밝혀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다. 따라서 생명과학분야의 연구방향이 달라지고 이로부터 해명되는 유전자의 기능규명은 생명현상의 이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30억쌍의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1차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대략적으로 완성돼 인간을 구성하는 유전자들의 구조와 종류가 밝혀지게 되면 학계나 산업계에서 연구대상 및 범위의 차원이 달라진다.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우리 인간의 몸 속에서 각각의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근거가 밝혀진다. 둘째, 이러한 유전자들이 개인마다 어떻게 다른가가 바로 비교된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의 인간인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어떤 유전자들의 염기서열 일부가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중복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왜 질병이 생기는지, 인간의 생로병사의 근본 유전자들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1차 완성으로 생명과학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다. 이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제부터 해내야 할 일은 아직 대부분이 그 기능을 모르는 유전자의 기능을 우리가 먼저 밝혀내야 한다. 공개되는 DNA 서열정보를 빨리 이용하여 아직 모르는 약 9만개의 유전자 중 우리만이 그 기능을 밝혀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람에게 특히 많은 질병은 아마도 우리 몸 속에 있는 10만개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들이 우리나라 사람에게서만 특히 많은 변이를 일으켜 그 유전자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을 못해 생긴다. 더나아가 우리가 서양인과 다른 점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특징적으로 더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서양인과 다른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의 기능을 집중 발굴하여 이들에 대한 기능연구를 앞으로 추진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으로 필요로 하는 자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환경적 변화에 발맞춰 몇가지 과제를 풀어야 나가야 한다. 첫째, 이미 올해 완성될 1차 인간게놈 프로젝트로부터 나오는 유전자서열을 빨리 이용할 수 있는 능력, 즉 생물정보학기술을 조기에 갖추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전자정보만을 가공하여 유용한 유전자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유전자들의 기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아직 모르는 유전자들의 기능을 빨리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 셋째, 밝혀진 기능유전자를 이용하여 이러한 유전자들이 잘못되어 일어나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는 진단제, 치료용 신약 등의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갖추어야 한다.

다행히 1999년 12월부터 우리 정부에서도 게놈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하나로 ‘게놈분석기술을 이용한 신유전자 개발사업’으로 인간 유전체 연구사업에 해마다 1백억원씩 10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제 한국적인 유전자의 분리와 이들의 기능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최근 산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유전자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한다면 충분히 세계 생물과학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