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오염과 개발

 생태적 보고이자 정화의 장인 갯벌은 이제 연안 개발과 국토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매립과 간척으로 공업 단지나 농업 및 도시 용지로 탈바꿈하였을 뿐만 아니라 각종 오염 물질의 야적장이 되어 버렸다. 또한 아직 남아 있는 갯벌에 대해서도 엄청난 개발 계획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면서 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차츰 확산되고 있으며 민간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갯벌 보존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갯벌의 오염 문제와 함께 사라져 가는 우리나라 갯벌의 현황과 그 보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오염되는 갯벌

  해양으로 유입되는 모든 오염 물질은 결국 바다 밑바닥에 퇴적되기 때문에 바다 밑바닥의 오염이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갯벌의 오염은 바로 우리 바다의 오염이다.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물질에는 생물의 대사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영양염류를 비롯하여 유기물 찌꺼기, 유해 화학 물질 등 그 종류가 많으며 대부분 처리되지 않은 채로 하천을 경유하여 인근 해역으로 유입된다. 특히 공자 폐수에는 유해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폐수의 유입     처리되지 않은 각종 유해 물질과 유기물 찌꺼기 등이 하천을 경유하여 인근 해역으로 유입된다.

 

 

 

  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오랜 기간 남아 있는 난분해 또는 비분해성 오염 물질에는 인간의 편리함만을 추구한 결과로 나타 난 비닐이나 플라스틱, 유리나 로프 등을 비롯하여 P.C.B(폴리 염화 비페닐), 카드뮴, 시안, 수은 등 그 종류가 수없이 많다.
  예전에 농약으로 대향 사용되었던 D.D.T와B.H.C 그리고 파리티온(유기염소계의 농업용 살충제) 등으로부터 유기염소와 인제도 갯벌에 많이 유입되었다. 이러한 농약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하천이나 호수에서 잡으러 다니던 수많은 동물들을 대량으로 폐사시켰다. 개구리, 잠자리, 까마귀 등을 보기 힘들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오늘날에도 이름모를 수많은 수중 생물들이 우리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다.

오염된 갯벌의 새       갯벌에 유입된 유해 물질은 어류나 새의 체내에 농축되고 결국 이들을 먹는 우리의 건강까지 해치 게 된다.

 

 

 

 

종밋의 대량 서식       조가비의 표면이 매끄럽고 녹자색 광택이 나는 종밋은 오염된갯벌에 많다. 족사라 불리는 부착기로 서로 결속하여 펄갯벌 위로 마치 매트처럼 다져 놓기 때문에 퇴적물속이 환원 환경으로 변하여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

 

 

 

  특히 P.C.B나D.D.T.처럼 잔류성이 있는 유해 물질은 먹이 사슬에 편입되어 영양 단계가 높은 위치에 있는 어류나 새 등의 체내의 농축되고 결국에는 이들을 먹는 우리의 건강가지 해치기도 한다.
  최근에 T.B.T(유기 주석 화합물)에 의한 남해안 해저 퇴적물의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느 연구 결과가 나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T.B.T는 선박의 밑바닥에 따개비나 해조류 등의 오손생물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페인트에 섞어 칠하는 방오제(防汚製)이다. 이 방오제는 대수리, 소라 등 고둥류인 복조류의 암컷을 수컷화시켜 생식  능력을 약화시키는 '임포섹스'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이러한 D.D.T., P.C.T., T.B.T., 다이옥신 등은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화학적 구조가 생체 호르몬과 비슷하여 생물체 내로 유입되면 정상적인 호르몬의 기능을 혼란시킬 수 있느 물질들이며 이른바 '환경 호르몬' 이란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물질이 바다 생물체 내로 들어간 뒤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하여 생식계통의 이상을 일으켜서 성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생일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하수가 유입되는 강에서 잡히는 물고기 중에는 중성화 또는 양성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합성세제가 분해되어 생기는 화학물질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인간도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에 직간접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호르몬의 문제에는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부영양화의 문제
갯벌이나 내만의 오여에 다른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연안 해역의 부영양화이다. 강이나 육상 환경에서 해양으로 공급되는 풍부한 영양염은 부영양화를 일으켜 식물 플랑크톤이나 수초 등을 크게 번식시킨다.
  그러나 여양염류가 매우 대량으로 공급되면 부영양을 지나 과영양상태(hypertrophication)가 되고 특정의 식물 플랑크톤이 일시에 이상적(異常的) 으로 크게 번식하여 집적됨으로써 바닷물의 색이 바뀌는 이른바 적조 현상이 발생한다. 2차적으로는 이들 플랑크톤이 분해, 부패되면서 산소를 소비하여 결국 해산동물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는 인상염이나 질산염 등의 영양염류는 대부분 도시 하수나 공장 폐수 등이 섞인 인근 하천에서 유입되어 갯벌로 직접운ㅂㄴ된다. 하천수가 함유하는 영양염류의 양은 오염의 정도에 따라 현저히 다르지만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주변 도시와 가까울수록 생활 하수나 공장 폐수에서 공급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높은 값을 나타낸다. 특히 하천의 대부분이 아직도 하수화(下水化)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해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영양염류를 함유하고 있다.
  하천수는 암모니아 형태의 질소와 인산염의 주공급원으로, 하천수에서 이들의 농도는 외해역과 비교하여 암모니아 형태의 질소가 20배, 인산염이 30배에 이른다. 유기물 오염의 지표가 되는 암모니아 형태의 질소는 도시 하수나 배설물 중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공장 폐수에도 매우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다. 암모니아는 산화되어 있고 공장 폐수에도 매우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다. 암모니아는 산화되어 아질산염과 질산염으로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이 물질이 많이 공급되면 그만큼 많은 야의 산소를 소비한다.
  인산염과 질산염은 식물 플랑크톤의 번식에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인산염은 주로 하천수를 통해 공급되며 질산염은 비교적 외해수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하천수에서 들어온 암모니아 형태의 질소와 같은 질소 화합물이 갯벌에서 산화된 뒤 장기간에 걸쳐 해수의 방출되어 축척된 결과로 보인다. 이렇게 내만 해역의 해수에는 질산염을 중심으로 한 질소 화합물이 과잉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영양염류가 생물의 대사에 필요한 물질이라 해도 그 양이 과다하면 적조가 자주 발생하고 부영양화나 유기물 오염을 일으킨다.
  하지만 혀내에는 생물의 분해 작용으로 수계에서 영양염류가 사라지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봅도 없다. 다만 과잉으로 물속에 속아있는 영양염류를 식물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그 전에 하천이나 해양을 하수를 버려도 되는 장소로 생각하느 ㄴ사람들의 사고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적조와 갯벌
  적조란 해양에 서식하는 현미경적 크기의 동식물 플랑크톤과 원생동물,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일시에 대량 증식하거나 물리적으로 집적되어 바닷물의 색이 변하고 해양 생태계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적조는 수질 오염이 사회 문제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자연 상태에서 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서양에서는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서 적조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7세기부터 적조라고 볼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정종 즉위년인 1398년에 일어난 바다의 이상 현상을 기록하였는데 "경상도 고성현에 천구성(天狗星)이 떨어져 바닷물이 솟아올랐는데 붉기가 피와 같았다"라고 하였다. 또 정종1년에는 "경상도 바닷물이 울주에서 동래까지 길이 30리, 너비 20리 정도가 피같이 붉었는데 무릇 나흘 동안이나 그러하였다. 수족이 모두 죽었다."라고 하였다. 태종 3년에는 "경상도 기장(機張)의 임을포(林乙浦)에서부터 가을포(加乙捕)에 이르기까지 물이 황색, 흑색, 적색으로 변하였는데 농도가 죽과 같고 전복과 잡어가 모두 죽어서 물위로 떠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으로 볼 때 이미 조선시대에도 바닷물이 붉고 농도도죽과 같은 고밀도의 적조가 발생하였으며 그 결과 수산 생물이 폐사를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이 내용을 적조에 대한 우리나라 최고의 기록으로 보고 있다.적조        해양에 서식하는 동식물 플랑크톤과 원생동물,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일시에 대량 증식하거나 물리적으로 집적되어 바닷물색이 변하고 해양 생태계전반에 자쁜 영향을 미치는 형상이다. 사진:국립수산진흥원 김학균 박사(위)와 상명대 이진환 교수(왼쪽)


 
 

  근래에 이르러서는 1960년대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간혈적으로 발생하던 적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습적으로 발생하였고, 1990년대 이후에는 양식생물에 영향을 미쳐 어업 피해을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반 해양 생물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적도 생물 중에는 얼패류를 독화시키는 것이 있는데 독화된 패류를 사람이 먹으면 마비성, 설사성 중독을 일으켜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사회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적조가 발생하였을 때 바닷물의 색깔은 각각의 원인 생물이 포함하는 색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규조류에 의한 적조는 황갈색을 , 와편모조류에 의한 적조는 적갈색이나 황록색을 띤다. 적조의 원인 생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식물 플랑크톤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보고된 족조의 우너인 생물은 약 43종이며 이중에서 4종류는 담수 내지는 기수종이다. 해산종으로는 와편모조류가 20종이고 규조류가 13종이며 라피도조류가 3종이다. 특히 와편모조류의 3종(Cochlodinium polykrikoides, Gymnodinium mikimotoi, Gyrodinium sp)은 수산 생물을 직접 죽일수 있는 유독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규조류 적조에서 유독성 와편모조류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적조의 농도도 고밀도화되고 있다.
  1980년대 까지는 일부 페쇄성 내마에서 소규모 국부적으로 적조가 발생하였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는 서해, 남해 , 동해의 모든 연안역으로 확대되고 외연화 되었다. 또 발생 시기가 1981년까지는 주로 7.8월이었으나 최근에는 겨울철인 12월이나 2월에도 나타나며 기간도 장기화되고 있다.
  적조의 원인 생물 중에서 적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면서 크게 발생하는 것이 k로 야광충이다. 야광충은 지름이 1밀리미터 정도인 둥근 모양의 편모충류로 우리나라 연안에 매우 흔하게 분포하는 플랑크톤이며 여름철 수온이 높은 시기에 강우 등으로 염분이 낮아졌을 때 번식하기 쉽다.

적조의 원인 생물

대형의 원생동물이며 편모충류인 야광충(Noctiluca scintillans)
이다. 해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적조를 일으킨다. 사진:상명 대 이진환 교수(왼쪽).

와편모조류인 김노디니움 산가네움(Gymnodinium sanguineum)
으로 겨울ㅇ서 봄에 걸쳐 남해안에서 적조를 일으킨다. 사진:국 립수산진흥원 김학균 박사(위)

유독종의 황갈색 편모조류인 코클로디니움 폴리크리코이데스
(Cochlodinium polykrikoides)
로서 1990년대 초 이후에 남해 일대에서 족조를 일으켰다.
사진: 국립수산진흥원 김학균 박사.(왼쪽)


  일반적으로 와편모조류가 원인이 되는 적조는 다름 생물에게 주는 영향이 매우 크며 갯벌의 어패류를 비롯하여 양식되는 넙치, 조피볼락, 굴, 진주조개 등의 대량 폐사를 일으킨다. 규조류 적조는 동물은 폐사로까지 이르게 하지는 않으나 유영성 동물들은 이러한 적조 발생 지역을 회피하여 다른 곳으로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적조의 발생 원인은 우선 환경적 특성과 생물적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으나 적조의 원인 생물이 매우 다양하고 그들의 생태와 생리적 특성이 복잡하여 아직까지 정확하고도 구체적인 적조 발생의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못하였다. 다만 이들이 1차 생산자이기 때문에 광합성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일조량과 성장 및 증시에 알맞는 해수의 온도 유지, 일정한 영양염류 농도의 유지, 성장 촉진에 필요한 비타민류와 철. 망간 등을 포함하는 미량원소의공듭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영양염류 중에서도 규산염은 규조류의 피각(皮殼)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이들의 증식에 필수 적이나 질산염과 인산염은 오히려 편모조류의 증식을 제한하는 인자로 작용한다.
  다소 오염도가 높은 갯벌에서는퇴적물의 표면을 녹갈색으로 변색시킬 정도로 식물이 크게 번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편모조류인 유트랩티에라나 저생 규조인 나비굴라의 대번식에 의한 것으로 일종의 갯벌의 적조라고 할 수 있다. 일번적으로 갯벌에서는 만조 때에 먼바다에서 발생한 적조가 밀려오는 경우는 드물며 저조선 부근에서 물 흐름의 경계를 따라 띠 모양으로 잔 물결이 이는 조목(潮目)이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편 폐쇄성 내만에서 자주 발생하는 청조(靑潮)는 지역 특성에 따라 그 형성이 다소 다르지만 여름철에 생성된 저층의 빈산소 또는 무산소 수괴가 취송류(吹送流, 해상을 부는 바람과 해면의 마찰로 일어나는 넓은 범위의 느린 해류)에 의해 갯벌로 운반되는 현상으로 어패류의 대량 폐사를 일이키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플랑크톤의 이상 발생인 적조 현상은 연안 해역이 과영양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적 力?적조 감시 체제를 확립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수산물 피해에 대비한 사전, 사후의 방제 계획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연안의 부영양화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사라져 가는 우리 갯벌

  1998년에 해양수산부에서 실시한 갯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 남한의 서남해안에는 2.393제곱킬로미터의 갯벌이 분포하며, 이는 국토면적의 2.4퍼센트에 해당된다. 그 가운데 전체 갯벌 면적의 약 83퍼센트인 1.980제곱킬로미터가 서해안 지역에 분포하며 나머지는 남해안에 산재되어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44퍼센트, 인천을 포함하는 경기도가 35퍼센트, 충남이 13퍼센트, 전북이 5퍼센트, 부산을 포함한 경남이 3퍼센트이다 따라서 경기와 전남 지역이 우리나라 갯벌의 대부분인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현재의 갯벌은 불과 10여 년 전인 1987년보다 전체적으로 약 15퍼센트가 줄어들어 422.4제곱킬로미터가 상실되었는데 그 주된 원인은 간척과 매립이다. 그러나 조사 방법이나 분석 방법 등의 차이가 있어 실제로는 30∼40페센트 정도 상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시화지구나 새만금 지구 등지에서 간척과 매립 사업으로 상실된 갯벌의 면적이 810.5제곱킬로미터로 조사되었는데 이 수치만으로도 29퍼센트 정도의 갯벌이 상실된 것이기 때문이다.
  갯벌이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것은 환경을 외면한 개발,  특히 대규모의 간척 사업 때문이며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로 매립과 간척이 계속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2006년경에는 1960년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 제곱킬로미터 정도만이 남는다는 계산이 된다.  
  오염된 시화로  영하의 추운 겨울철, 시화호가 오염 물질로 뒤범벅이 된 채 얼어붙어 있다. 과거의 시화호에는 광대한 갯벌이 발달하였으나 현재에는 대부분 콘크리트 호안으로 대치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1.500제곱킬로미터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우리 서해안 갯벌이 아예 자취를 감출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오염된 시화호     영하의 추운 겨울철, 시화호가 오염 물질로 뒤범벅이 된 채 얼어붙어 있다. 과거의 시화호에는 광대한 갯벌이 발달하였으나 현재에는 대부분 콘크리트 호안으로 대치되었다.

 

 

 

우리나라 하구역 갯벌의 수난
  하구역은 전세계 어디를 가나 인간이 버리는 모든 폐기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곳이다. 인류 문명의 발상자는 자연적 교통의 중심지인 하구역에 주로 발달하였는데 뉴욕이나 런던, 도쿄, 오사카, 상하이 등 세계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서울이나 부산, 군산, 목포 등이 하구역에 위치한다. 미국에서도 전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하구역에 자리잡고 있다.
  하구역으로의 인구 밀집은 필연적으로 공장 건설과 생활 하수문제를 일으켜 오염을 유발한다. 강물은 육상의 각종 오염 물질과 함께 영양염류와 토사를 바다로 운반하면서 하구역을 부영양화시키고 오염시킨다. 대표적인 남한의 하구 생태계로는 유역 면적이나 길이에 있어서 단연 한강의 하구를 들 수 있으나 이곳은 군사 보안상의 이유로 생태학적 연구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교적 연구사 잘 된 하구 생태계로는 삼각주(三角州)나 사주와 사취가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는 낙동강 하구가 있다. 이곳에는 풍부한 영양염류와 왕성한 생육 상태의 갈대숲이 있었고 비옥한 간석지와 게류, 재첩 등 생산성이 높은 동식물이 분포화하였다.
  이곳의 넓은 모래펄갯벌에는 담수, 기수 및 해수성 생물들이 각각 서식처 분리를 하면서 살고 있으며 이들을 캐서 먹거나 잡아먹는 100여 종류의 새들을 끌어들이는 을숙도가 있었다. 사주와 사취에는 내륙으로부터 오는 토사와 바다의 파랑에 밀린 모래가 쌓여 형성과 소멸이 되풀이 됨으로써 식생이 타생적(他生的) 순환 천이를 일으킨다. 그런데 1987년에 낙동강 하구언이 건설되면서 을숙도 하단이 절단되었으며 기수역이 교란됨으로써 동식물 특히 철새의 수가 감소하였다. 전문학자들은 하구언 완공 이후 그 이북의 낙동강 본류에서는 게나 새우 등의 갑각류가 전혀 채집되지 않았으며 조개류의 연체동물도 종수와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여 담수종들의 정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구언 이남의 을숙도 동안(東岸)과 다대포에 이르는 하안의 지역은 석조 제방 공사로 갯벌이 파괴되면서 땅굴 생활을 하는 게류를 포함한 조간대 종들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재첩과 바지락을 비롯한 식용 패류는 하구의 전 수역에 걸쳐 사라졌거나 하구언 완공 이전에 비해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하였다. 담수종인 동남참게는 낙동강 전 수역과 인접하천에서도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불행하게도 이렇한 시행 착오는 서해안 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금강하구의 군장 산업 기지와 새만금 지구, 그리고 영산강 등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섬진강 하구에 위치하는 광양만은 여천 공단과 광양 제철 공업 단지, 주변 간석지의 매립 등으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해양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미 환경부에서도 특별 관리 해역으로 지정하여 해역 이용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습지, 갯벌
  습지란 영구적으로 습한 곳과 영구적으로 건조한 환경 사이의 이행대를 점유하는 곳이다. 따라서 습지는 이 두환경의 특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육상 생태계와 수중 생태계를 연결하는 고리인 동시에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또 오염 물질의 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계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습지는 열대 우림이나 산호초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지구상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생태계이다.
  미생물, 식물, 곤충류, 양서류, 파충류, 새, 어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생물들의 수퍼마켓'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을 수용하는 생태계이다.
  현재 우리나라 내륙의 주요 습지 면적은 대략 111제곱킬로미터 정도로 추산된다. 예로부터 해안 습지의 많은 부분이 염전이나 논토로 간척 되거나 매립되었으며 때로는 모기나 파리 등이 들끓고 악취가 나기 때문에 버려진 땅, 제거하여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거의 절반 이상 이미 파괴되었다. 갈대나 칠면초 등의 염생식물로 구성되어 있던 염습지 식생은 간척과 매립에 있어서 가장 각광받는 일차적인 개발 대상 지역이 되면서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의 발달로 습지의 생태학적인 과정이 밝혀지면서 습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고 오히려 잘 보존하여야 하는 귀중한 자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서식처를 보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규제를 만들었고, 우리 인간이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다양한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물 다양성 국가 전략을 마련하여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습지 보호에 관한 국제적 협약인 람사협약에 가입하엮고,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동검도의 습지     갈대나 칠면초 등의 염생식물로 구성된 염습지 식생은 간척과 매립에 있어서 가장 각광받는 일차적인 개발 대상 지역이 되면서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나라 해안 습지는 규모는 물론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며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 가지 혜택으로 보아도 내륙 습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렇듯 해안 습지는 해양 생태계의 시발이 되며 생물학적인 순환 기능이 탁월하여 인체의 콩팥에 비유된다. 따라서 이제는 갈대숲을 포함하는 갯벌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하여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나라 주요 갯벌을 람사협약에 등록시키고 사라져 가는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개발에 멍드는 갯벌

  갯벌은 그 지형적인 특성상 평탄하고 드넓게 펼쳐져 있고 강의 하구에 위치하면서도 도시에 인접하여 매립과 간척으로 계속해서 소실되었다. 한강의 하구역에 위치하는 예전의 강화도가 그렇고, 인천의 송도 갯벌과 시화 지구 등은 과거에는 광대한 갯벌이 발당하였으나 현재는 대부분 콘크리트 호안으로 대치되었다. 또 펄갯벌로는 최대 규모였던 충남의 현대 간척지 서산 A, B 지구와 인천 경서동의 이른바 동아 매립지는 농업 용지로 간척되었으나 언제, 어느 때 다른 용도로 바뀔지 모르는 곳이다.

매립과 준설은 서식처 파괴의 전형
  갯벌을 매립한 면적만큼 갯벌 생물의 서식처는 파괴된다. 그렇게 되면 갯벌 생태계에 서식하는 각종 해양 생물들이 사라지고 수산 생물의 산란장, 보육장, 어획의 장으로서 기능과 부영양화와 유기물 오염 방지의 기능을 상실되며 기타 심미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주는 이익 등 수많은 갯벌의 기능이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이곳의 구성원들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주변 생태계는 물론 인간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최근에 시행되는 대부분의 매립과 간척은 선박의 항로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주변 조하대의 개펄을 준설(浚渫)하고 그 준설토를 다시 매립토로 이용하고 있어 인근의 연안 조하대 생태계마저 파괴하고 있다. 준설한 지역에서는 매립과 똑같이 그만큼의 서식처 면적이 파괴되기 때문에 준설 지역의 생물 군집이나 개체군이 다시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준설에 의한 서식처의 파괴는 주변 육상부의 산을 깎아 매립토로 사용하는 경우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왜냐하면 조하대의 연안 생태계는 먼바다생태계가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역할 외에도 우리에게 수산물을 공급하고, 가까운 갯벌 생태계 고유의 기능을 한 생태학적 고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연근해 생태계의 보리새우나 대하, 꽃게 외에도 우리들 식탁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물고기들 가운데 생활사의 어느 단계에서 갯벌에 잠시 머물다 오는 통과객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의 서식처가 파괴되면 그 종족을 유지할 수 없으며 결국 어획은 감소하고 그 종은 멸종하게 된다.
  준설은 또 준설 당시 물의 탁도(濁度)를 수반한다. 타간 물은 일차적으로 태양광의 투과를 저해하여 1차 생산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해저에 사는 부유물식자의 여과 기관을 막아 질식케 하여 해저 생물의 대량 폐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생태계의 단편화를 초래하는 연안 매립
  서해안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연속된 서식처인 갯벌 생태계가 매립과 간척으로 여러 개의 작고 고립된 조각으로 나누어져 단편화(斷片化)되고 있다.

영종도 신공항 건설 현장     서해안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연속된 서식처인 갯벌 생태계가 매립과 간척으로 여러 개의 작고 고립된 조각으로 나누어져 단편화되고 있다.

 

 


  고려시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토를 확장하여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토지 수요를 창출한다는 미명 아래 엄청난 규모의 갯벌이 파괴되었으며 이제는 그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매우 드물게 되었다. 매립과 간척으로 조각난 서식처는 격리되어 종의 이입 속도가 줄어들고 결국 종수는 감소하여 생물학적 다양성이 감소하게 된다. 단편화된 갯벌 생태계는 주위가 본래와는 다른 이질적인 생태계로 둘러싸여 이웃하던 생태계의 구성원과 장구한 시간을 두고 이루어 왔던 먹이 사슬이나 생물학적 상호 관계가 균형을 잃고 결국 멸종한다.

송도 개설의 매립     최근에 시행되는 매립과 간척 사업은 개펄을 준설하고 그 줄설토를 다시 매립토로 이용하고 있어 인근의 연안 조하대 생태계마저 파괴하고 있다.

 

 


  종의 이동이나 행동권의 규모와 정도는 종의 생활사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현재로서는 갯벌 생물의 종조성과 서식 종의 생태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종별 또는 군집별 생태 특성을 고려하여 서식처로서의 갯벌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갯벌의 보존을 위하여

  생태계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던 시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갯벌을 황무지로 여겼다. 이러한 생각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갯벌을 당장의 개발만을 위하여 매립, 준설 등을 통해 다른 용지로 바꿔도 되는 곳으로 여기거나 도시 오염 물질의 야적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최근 외국에서는 수산 자원과 환경 보존 그리고 기타 문화적 가치 등을 고려하여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였다. 그 결과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농경지에 비해 100배, 외해역에 비해 거의 40배나 된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국토 확장을 위하여 갯벌을 흙으로 메우기에 급급하였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실이다.
  이처럼 갯벌 생태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직까지도 갯벌의 생물 다양성은 물론 생물 군집의구조, 생태계의 기능, 부영양화와 적조로 이어지는 오염 문제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도 구체적인 연구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갯벌 생태계의 보존을 위한 연구 와 대책 마련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오염된 호수만 남은 시화 지구 개발에서 보았듯이 대규모 간척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생태계 파괴만을 초래하였다. 33킬로 미터의 방조제를 쌓아 여의조의 140배나 되는 1억 2천만 편의 토지를 확보하고 담수호와 첨단 영농 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진행중인 새만금 간척 사업도 그 규모에 걸맞게 시화호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연안역을 보존하고 오히려 복원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안역 보존의 중요성을 아직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안역을 적절히 관리,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갯벌을 단기적으로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문화적 가치와 장기적 이익을 고려하여 보존 위주의 습지보전법이나 연안역관리법 등을 제정하여야 한다. 이를 계기로 갯벌의 무분별하게 개발을 막고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우리나라 모든 연안의 갯벌에 대해 전문 학자들이 생태학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그나마 잘 보존되고 있는 일부 갯벌을 보존 위주의 국립공원이나 자연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또는 람사협약 등록 습지로 지정한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갯벌의 보존 운동은 단순히 갯벌의 특정 생물을 보호하는 차원의 자연 보호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속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 나가기 위한 '생태 운동'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더불어 우리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자연 유산인 갯벌에 매립과 준설을 계속하고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 등을 쉽게 버려도 되는 장소로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공장주나 일반인들의 사고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인하대학교 홍재상교수님의 '한국의 갯벌'을 인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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