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경  호  르  몬

 

   환경호르몬이란 말은 학술적으로 명명된 어휘가 아니다. 학술적으로는 내분비 교란 물질(endocrine disruptor)로 불려지며, 인체에 유입되어 생명체의 거의 모든 생리기능에 관여하게 되는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환경내 화학물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환경호르몬의 정의

일본 : 동물의 생체 내에 흡수되어 있는 경우, 본래 그 생체 내에서 활동하는 정상적인 호르몬 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외인성 물질 (1998.5 환경청)

 

미국 : 외인성 물질로서, 생체의 항상성, 생식, 발생, 또는 행동에 영 향을 주는 생체 내 호르몬의 합성,          축적, 분비, 체내전송, 수용체 결합, 호르몬작용, 이런 정상적인 과정을 저해하는 물질           (1997.1 백악관 과학위원회)

 

유럽 : 외인성 물질로서, 생물(生物)의 내분비계에 대하여, 그 개체 또 는 그 자손 세대 어느 단계에           건강장해성 의 변화를 일으키는 물 질(1996.12 유럽 위원회)

 

환경호르몬이란 말은 작명에 소질이 많은 일본 과학자들이 97년부터 NHK방송에 출연해 그 문제점들을  언급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1990년대 들어 생식기능과 면역기능에 이상 현상을 초래하고 암 발생율을 증대시키는 점 때문에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알려진 환경호르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아직도 완전히 종류와 작용되는 기작이 불분명하지만, 세계야생보호기금(WWF)에서는 크게 농약류 43종과 합성화합물 24종을 합쳐 67종을 선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독자적으로 143종을 선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종류는 상당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환경호르몬에는 어떤 물질이 있는가

환경호르몬으로 거론되는 물질 중에는 유기염소계 합성물질이 유독 많다. PCB, DDT, DDE를 비롯해서 다이옥신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유기염소는 자연 속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난분해성 물질인데 유독생물체의 지방성분에는 쉽게 녹아드는 지용성을 갖고 있다. 즉 물이나 토양 등에 저농도로 남아있다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체의 체내 지방질에 농축돼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생물농축이라고 하며 주로 중금속물질들이 이런 현상을 초래하고 있었다. DDT는 1940년대초 살충제로 사용되면서 농업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모기를 박멸해 학질, 황열병으로부터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으나, 그 반대급부적인 피해가 속출해 1970년대 사용이 금지되고 잇다. 이런 농약물질로서는 알드린, 일드린, 클로로단 등이 있으며 이들도 생산이 중지되고 있다. 다이옥신은 근래 소각장 운전시 극미량의 부산물로 대기에 유출되어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물질로서 피보전선, 유기염소계 페인트가 인화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PCB는 전기 및 열 전달을 방지하는 절연체의 원료로 사용되어 왔으나 그 독성으로 인해 이용이 중지되고 있지만, 아직도 기존 사용물질이 남아 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TBT는 이미 설명한바 선박 미생물 부착 방지용 첨가제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이외 페놀류 등이 환경호르몬 물질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10만종이 넘는 화학물질들은 대다수 생물체들이 진화적 적응력을 아직 키우지 못한 물질들이다. 이런 물질들이 무절제하게 자연 속에 배출되고 방치될 때 생태 균형이 파괴될 수 있음을 환경호르몬이 야기하고 있는 여러 부작용 사례들이 일깨워주고 있다. 국내외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가면서 이에 대한 연구와 해결책이 하나씩 밝혀지겠지만 이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나마 이미 알려진 환경호르몬 물질에 대한 이동경로 및 먹이사슬을 분석해 이를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 환경호르몬의 피해 사례

  1) 우리나라(1995년.8월 어느 전자회사)

       피해 - 무정자증, 과소정자증, 여자 난소 조기 부전증(배란이 않되고,여성호르몬분비 않됨).
               20대 미혼 근로자 43명 중 26명 발생
       원인 - 솔벤트5200(반도체 세척용)을 사용하는 회사임.

   2) 두뇌 작용의 영향
  
       오염된 생선을 많이 먹는 지역 - 행동이나 기억력 감퇴(미국)
       울산 공단 지역 초등학교 지능 검사 비교 - 강남 100, 대구 100, 광주 102, 울산 공단지역  89

   3) 다이옥신에 의한 피해

       다이옥신 - 고엽제, 쓰레기 소각때 발생
                        다이옥신 1그렘으로 성인 2만명을 죽일 수 있다.
                        월남전 때 사용 - 고엽제 피해자가 발생. 본인통증은 물론 자녀에게 영향)

 

▼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호르몬

    다음은 93년 영국 BBC의 과학특집에서 에미상을 수상학 과학자 데보라 캐드베리의 환경호르몬     연구서 "자연의 암컷화" 라는 책의 한구절이다.

     [세계는 궁극의 질병에 휩쓸렸다. 불임이 흑사병처럼 번지고, 종말은 너무나 갑자기 찾아왔다. 하룻밤 사이에 인류는 번식할 힘을 잃은 것 같았다.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뒤졌으나 임신부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물학자가 선언했다. 이 혹성에서 고고(呱呱)의 소리가 사라진지 벌써 25년. 녹음테이프나  TV에서 아이들의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아이들의 놀이터도 사라졌다. 세계 각국은 지적인 생명체가 뒤를 이어주지 않을까 하는 허망한 기대를 품고 후세를 위해 역사를 기록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봄이 찾아와도, 활짝 핀 마로니에나 돌담을 비추는 햇살에도 사람들은 마음이 아팠다으로도 봄은다시 오겠지만 그것을 볼 사람은 없다.]

이는 P.D. 제임스의 ‘인간의 아이들(The children of Men)’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인간을 가장 혼란스럽게 한 것은 다가오는 종의 멸망이나 그것을 막을 수 없는 무력감이 아니라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초조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은 신으로 숭배됐고 마취약과 인공장기, 항생물질, 자동차, TV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인간은 그 신의 죽음이라는 환멸에 직면했다. 인류가 남긴 신화에는 신의 저주로 모든 생물의 생식 능력이 사라진 황무지, 또는 불모의 땅이 자주 등장한다. 식물은 꽃은 피우지 않고 동물은 새끼를 갖지 못했다. 성스러운 피로 대지를 적시는 것으로 그 저주를 풀 수 있고 고난을 뚫고 그 피를 가져오는 자는 늘 젊은 영웅이었다. 지금 인류와 생태계에 서서히 밀려 오고 있는 환경호르몬의 공포도 신화의 이런 줄거리와 별 차이가 없다. 생식 능력, 특히 수컷의 생식 능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환경 호르몬”은 불모의 위기를 예고한다. 또한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신처럼 군림해 온 과학의 저주에서 비롯했다는 점에서도 신화는 새롭게 생명력을 얻는다. 영웅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 모든 인류의 자각과 노력으로나 이 저주를 풀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미래의 신화는 다르게 씌어져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어느날 마을에 새로 태어난 숫양이나 숫송아지, 수캐의 성기가 너무 작아 자라서도 암컷과의 정상적인 교미가 불가능하다면, 또는 겨우 교미에 성공하더라도 애초에 정자수가 너무 적거나 그나마 활동성이 떨어져 수정이 불가능하다면? 더욱 심한 경우 정상적인 정자가 하나도 없어 아무리 정액을 모아도 인공수정조차 불가능하다면? 가축만이 아니라 물고기와 날짐승, 들짐승, 곤충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씨도 다 말라 버린다면? 또는 암수 양쪽의 생식기관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정작 어느쪽으로도 생식능력이 없는 동물과 인간이 지구에 우글거린다면?

 
▼ 환경호르몬이 초래한 국내.외 심각성 사례 - 숫컷의 암컷화, 암컷의 숫컷화, 그리고 불임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그저 공상소설의 한 대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불길한 조짐이 신의 계시처럼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의 생식 이상, 성기 이상이 확인됐고 인간에 있어서도 정소암의 증가, 성기 기형, 정자수의 감소 등이 잇따라 보고됐다. 92년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대학 병원측은 최근 50년 사이 인간의 정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금년 4월 일본 데이쿄 대학 의학부는 남성 34명의 정액을 조사한 결과 20대 남자의 정자수가 40대의 절반에 불과하며 농도와 운동성이 세계보건기수(WHO)의 기준을 충족시킨 사람은 단 1명이라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91년 미국 루이스 질레트 교수가 이끈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아포프카 호수의 악어들이 심각한 생식불능 상태에 빠져 있음을 확인했다. 수컷의 절반 이상이 성기 크기가 정상치의 반밖에 되지 않았고 혈중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농도가 현저히 낮아 생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갈대숲의 무정란은 썩어가고 개체수가 뚝 떨어진 이유가 드러났다. 이는 농약으로 예전에 사용되던 DDT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80년대 한 낚시꾼이 암수양성의 무지개 송어에 대해 보고한 이래 암컷화한 무지개 송어와 잉어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에서는 암컷화한 뱀장어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생식기관이 기형인 표범이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경남대 민병윤 교수가 낙동강 하구에 서식하는 갈매기에 서 35ppm의 PCB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오대호의 가마우지는 7ppm에서 기형발생률이 20%에 달하며, 돌고래의 체내농도가 30ppm을 넘으면 방향감각을 잃고 육지로 올라온다고 한다. 이상의 숫컷의 암컷화와는 반대로 암컷의 숫컷화에 대한 보고도 있다. 1980년대초 영국과 프랑스에서 참굴 암컷에 수컷 생식기가 달린 기현상이 보고되었다. 최근 남해안 전역에서 고둥류의 암컷에 숫컷 생식기가 7-8mm 자라는 임포섹스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원인 물질은 선박 밑부분의 생물 부착방지용 페인트 첨가제인 트리부틸 주석(TBT)으로 알려졌다. 장차 수컷 생식기가 난관을 막음으로서 암컷이 불임을 초래해 고둥류의 멸종까지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지난 95년 경남 양산의 모 전자회사 부품공장에서 세정용 화학물질을 다루던 분야에서 종사하던 여직원 20명 중 18명이 생리중단 등 불임현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는 환경오염물질의 또 다른 피해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대처 방안

  현재 각국에서 취하고 있는 대처방안은 극히 미약하다. 아직 환경호르몬이라는 물질의 특징,   섭취경로등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에서는 1999년까지 내분비   교란물질을 검사하고 있으며 각국에서는 국민 의식 개몽으로 환경호르몬의 경각심을 높이고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
  
 젖병.장난감과 컵라면에 이어 우리가 늘상 먹는 상추.깻잎 등 채소에서까지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고 있다는 9일자 중앙일보 1면기사는 충격적이다.환경호르몬은 다른 공해물질이나 독극물과는 달리 인체내에 지속적으로 흡수.축적될 경우 정자 (精子) 수를 줄이는 등의 작용으로 결국 종 (種)
의 절멸 (絶滅) 을 부를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때문에 극미량으로도 성기능이나 생식기능은 물론 면역기능까지 파괴하는 21세기의 인류재앙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로 돼있다. 따라서 채소에 함유된 환경호르몬은 어느 특정지역이나 공단의 근로자들이중금속에 오염돼 신음하고 있다는 식의 국지적 (局地的) 현상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환경호르몬의 가공할 폐해는 외국에서는 환경호르몬 농약에 오염된 동물의 수컷이 여성화하는 심각한 사태가 여러 건 보고된 데 이어 사람의 피해까지 드러나고 있다.
 덴마크 남성의 정자수가 50년사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이웃 일본에서는 70년이후 20년동안 정자수가 12%나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경남 양산의 한 전자부품공장에서 일하던 일부 여직원들이 유기용제 솔벤트에 노출돼 갑자기 생리가 중단되는가 하면 남자직원 몇명은 정자생성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행이랄까, 국내에서는 아직 정자수가 감소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사시사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유통되는 시설재배단지의 채소에서까지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 농산물은 재배과정에서부터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독성농약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으며, 출하과정에서조차 잔류농약검사 등의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적발된 한 농가의 참나물의 경우 일부 샘플에 대해 잔류농약검사를 하는 동안 나머지는 모두 팔려나갔다고 한다.그러나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어떤 물질이 환경호르몬인지를 알아내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우리는 환경호르몬의 정확한 현황은 물론 피해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없는 원시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컵라면 사태' 에서 보여주듯이 관계기관에서는 체면과 부서이익문제로 사태를은폐.축소하려는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포르말린 골벵이나 포르말린 번데기사건 등 식품공해문제에 단호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그러나 환경호르몬에는 그보다 더한 심각성이 있다.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