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로서의 갯벌

  갯벌 생물은 암반 해안의 생물에 비해 그 종류가 훨씬 단순하지만 조석에 의한 환경 변동이 큰 갯벌에 일단 적응한 생물들은 풍부한 먹이와 공간 경쟁이 적다는 유리한 조건에 힘입어 크게 번성한다. 갯벌에서 볼 수 있는 생물의 상호 관계를 나타내는 먹이 연쇄는 어떤 특징이 있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유기 쇄설물과 생산자

  갯벌의 먹이 연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데트리터스(detritus)라는 입상(粒狀)의 유기 쇄설물이다. 데트리터스란 미생물이 분해하는 도중에 있는 생물체 파편의 모든 형태를 말하며 이들은 소비자의 에너지원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생물체의 파편이나 배설물 등 분해 산물 일반을 가리킨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에 미생물 등이 부착하여 서로 섞여 그들의 분리가 쉽지 않거나 분리 취급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어 무기물까지 포함시킨 전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데트리터스는 수중이나 퇴적물의 표면에 널리 존재하며 박테리아 등 미생물의 활발한 장소가 되기 때문에 갯벌 생태계나 하구역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엄격하게 말하여 입자 상태의 유기 쇄설물 위에 착생하면서 그것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은 1차영양 단계인 식물체에 의존하므로 2차 영양 단계에 속하는 소비자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1차 소비자 동물들의 먹이인 식물 플랑크톤이나 저서성 미소 조류, 입자상 유기 쇄설물은 서로 뒤엉켜 있기 때문에 각각의 정확한 기원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입상 유기물(particulate organicmatter, POM)' 이라 부른다.
  해수 중에는 여러 가지 압상의 부유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식물 플랑크톤이다. 연안 해역에서는 이른 봄이 되면 겨울에 보급된 영양염류와 풍부한 일사량에 힘입어 식물 플랑크톤이 규조류가 크게 번식한다. 이렇게 제한된 시기에는 해수 중에 규조류가 매우 많지만 일년을 통해 보면 플랑크톤 이외에 입상 유기물이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며 이들이 각종 동물들의 먹이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데트리터스는 동식물의 사체가 분해되어 생기거나 동물들의 배설물인 분괴(糞塊)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수명을 다하거나 번식기가 지나면 사망하거나 고사한다. 갯벌과 같이 생물이 풍부한 장소에서는 이들의 사체나 분괴 등의 분해물이 양적으로 매우 많다. 그러나 갯벌 생태계에서는 거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서 유래하는 데트리터스의 양보다 인근의 유입 하천이나 육지로부터 공급되는 양이 오히려 더 많다.
  한편 염습지 식생울 구성하는 갈대, 나문재, 칠면초 등의 염생식물이나 김, 갈파래, 파래처럼 갯벌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해조류 등을 직접 먹이로 이용하는 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식물체들은 효소에 의해 자기 분해되거나 박테리아의 공격으로 분해되고, 다시 파라의 힘으로 잘게 부서진 뒤 다름 동물에게 씹혀 결국 데트리터스가 된다. 그리고 비로소 동물에게 이용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듯 데트리터스가 갯벌의 먹이 연쇄 간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생태계의 생산구조를 특징짓고 있어 갯벌을 식물 플랑크톤 기반의 생태계와는 달리 데트리터스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라 일컫기도 한다.

검은갯지렁이의 배설물      갯벌 동물들의 배설물은 노끈이나 펠릿, 막대기, 염주 모양등 독특한 형태를 가진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데트리더스가 먹이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 대학의 오덤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염생식물인 스파르티나가 분해하여 데트리터스로 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의 양은 전적으로 감소하지만 단백질 양은 증가한다. 이는 파편화되어 입상으로 됨에 따라 그것에 부착하는 박테리아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며 저서 동물의 먹이로서의 가치가 더 커져 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편 데트리터스를 하나의 미소 생물 사회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것은 데트리터스에 착생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편모충과 그 편모충을 잡아먹는 섬모충류 모두 데트리터스에 착생하여 생활하며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펄털콩개의 땅굴파기         땅굴을 파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펠릿 모양의 모래덩어리는 차츰 미생물이 번식하고 재부유도어 데트리터스로 편입된다.

 

 

 

 

  갯벌의 먹이 연쇄 중에서 식물 플랑크톤이 수행하는 역할은 외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경기만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내만에는 스켈레토네마 코스타튬(Skeletonema costaturm)이라는 식물 플랑크톤이 가장 많은데 플랑크톤이지만 개펄 표면에 퇴적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수 있다. 부유하고 있는 스켈레토네마 코스타튬을 먹이로 이용하는 동물 플랑크톤은 매우 적으며 주로 부유물을 섭취하는 이매패류도 직접 이용하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아마도 이용되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아 분해된 뒤 데트리터스의 형태가 되어 먹이 연쇄 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해조류 역시 칼로리 값이 낮고 조직이 딱딱하기 때문에 직접 동물들에게 이용되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갯벌에서 데트리터스에 이어 동물들의 먹이로 많이 이용되는 것은 개펄 표면에 사는 미소한 저서 규조류이다. 특히 식물 플랑크톤과 비슷한 생산 속도를 보이는 나비쿨라라는 우상 규조류가 우점하는데 주로 개펄의 표면에서 2밀리미터 내지 1센티미터 깊이 이내에 매몰하여 생활한다. 이 미소한 저서 규조류는 표층 퇴적물 중의 다른 데트리터스처럼 먹이로서 상당히 많이 이용되며 1제곱센티미터당 10∼100만에 이르는 많은 양이 존재한다.

부유물식자     주로 모래 바닥에 우점하는 부유물식자는 수중에 떠다니는 부유 물질을 섬모가 있는 촉수나 점액질의 호흡기관 등을 이용하여 포획한다.


 



퇴적물식자     주로 펄 바닥에 우점하는 퇴적물식자는 바닥으로 가라앉아 모래나 펄에 퇴적된 데트리터스를 먹는다

 

 

 

 

 

소비자

  데트리터스는 수중에 떠 있는 경우와 이들이 가라앉거나 밑바닥에 사는 저서동물의 배설물이 개펄 표면에 퇴적되어 있는 두가지 상태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갯벌 생태계에서 데트리터스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동물 그룹도 2개의 부류로 나누어 연구한다.
  그 가운데 한 부류는 부유성 데트리터스를 이용하는 부유물식자이다. 이 무리는 해수 중의 플랑크톤을 포함하는 데트리터스를 여과하여 먹이므로 여과식자 라고도 한다. 두 번째 부류는 갯벌의 바닥에 가라앉아 모래나 펄에 퇴적된 데트리터스를 먹는 퇴적물식자이다.
  이렇듯 저서동물이 먹이를 섭취하는 양식의 차이는 저서동물의 생태 특히 분포에 있어서 환경과의 대응이나 퇴적물의 생물교반과 연과되어 매우 중요하다. 입자의 크기가 서로 다른 다양한 퇴적 환경에 서식하는 저서생물 군집을 먹이를 섭취하는 유형별로 정리하면 퇴적상에 따라 서로 다른 섭식형의 동물군이 존재한다.
  대체로 모래 바닥에서는 부유물식자가 우점하고 펄 바닥에서는 퇴적 물식자가 우점한다. 곧 해수 유동에 따른 에너지의 크기는 저질 입자의 크기를 결정하고 이것은 다시 퇴적물의 여러 가지 물리 화학적 환경 요인을 형성한다.
  모래질 바닥에 현탁물식자가 탁월한 이유는 물의 흐름이 커서 유기 현탁물 입자가 모두 가라앉지 못하고 밑바닥 바로 위에서 수평으로 운반되기 때문이며, 펄 바닥에서 퇴적물식자가 탁월한 것은 물의 유동이 작아서 먹이가 되는 유기물 입자가 쉽게 가라앉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질의 입도 조성과 저서동물이 이용 가능한 유기물의 존재 양식 및 존재 층을 지배하는 요인은 저층의 수력학적인 조건으로 설명될 수 있다.

조무래기따개비   바위 해안의 조간대 상부 지역에서 경성 기질 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조무래기 따개비는 대표적 인 부유물식자이다.


 

 바닷물을 여과하는 자연 정수기, 부유물식자
  부유물식자는 수중에 떠 다니는 부유 물질을 섬모가 있는 촉수나 점액질의 호흡 기관을 이용하여 능동적 또는 수종적으로 포획한다. 이들이 먹이로 취하는 부유 물질은 규조류나 편모조류를 포함하는 식물 플랑크톤과 수중에서 자유 생활을 하는 박테리아, 유 무기 입자에 붙어 있는 박테리아 등으로 구성된다.
  부유 입자들은 크기에 따라 분급되며 입으로 들어가 소화관을 통과하여 입자가 더욱 큰 분립, 곧 분(糞)이난 위분의 형태로 배설되고 침강하여 해저 퇴적물로 편입된다. 배설물은 노끈이나 펠릿(pellet), 막대기, 염주 모양 등 특이한 형태를 가지며 크기도 1밀리미터도 안 되는 것에서 5밀리미터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중에서 채분되지 않은 유기물은 다시 해저에서 분해 과정을 거치며 해저로 침감되어 쌓이는 분과 위분을 생물원퇴적물(生物源堆積物)이라 한다. 그리고 '부유 물질의 여과-유기물의 섭취 후 동물체 내에서 결집 작용-배설물로출-해저에 퇴적' 되는 과정을 생물원퇴적 또는 생물퇴적이라 한다.

바지락      입수관을 통해 들어온 해수를 여과하여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유물식자이다. 인천의 선재도는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바지락 생산량이 가장 많다.

 

 

  갯벌의 주요 부유물식자에는 해면동물, 갑각류의 따개비류, 꽃갯지렁이와 석회관갯지렁이를 포함하는 관서다모류, 이매패류의 홍합류나 굴류, 척색동물의 멍게류 등 딱딱한 기질에 고착하는 생물군과 모래나 펄에 서식하는 이동성 생물군인 조개류가 있다.
  바지락이나 대합(백합) 등의 이매패류는 아가미의 표면에 있는 섬모를 움직여 수류를 일으켜 입수관으로 해수를 취하는데 이때 해수와 함께 들어온 먹이를 아가미의 점액으로 감싼 뒤 입 주위에 있는 순판을 움직여 입으로 가져 간다. 입수관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양은 홍합의 경우 한 개체가 하루에 약 50리터, 굴은 한 시간에 1리터 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잇다. 물이 빠지는 간조 때에는 바닷루이 없는 상채이므로 여수량이 더욱 적겠지만 갯벌에 사는 이매패류가 적어도 하루에 5∼10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는 계산이 된다.

동죽    입수관으로 해수를 취하고 해수와 함께 들어온 먹이를 아가미의 점액으로 감싼 뒤 입 주위에 있는 순판을 움직여 입으로 가져간다.

 

 

 

  한편 부유물식자의 먹이에는 재부유에 의해 현탁된 상태로 있는 저서성 미소조류나 편모조류도 있다. 특히 수심이 얕은 곳에서 해수의 표층을 플랑크톤 네트로 끌었ㅇ르 때 개펄 표면의 부착성 규조류가 식물 플랑크톤에 섞여 나타나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또 밀물 때 조석에 우리나라 서해안에 있는 대표적이 종류로는 파랄리아 설카타(Paralia sulcata)를 들 수 있다.

개펄의 청소부, 퇴적물식자
해저의 표면이나 모래, 펄 속에 있는 유기물을 영양우너으로 하는 퇴적물식자는 입자의 구성 성분이나 크기를 선택적으로 또는 비선택적으로 섭취한다. 갯벌을 구성한는 펄이나 모래를 떠다가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박테리아 피막이 입혀진 무기물인 모래 알갱이와 유기 쇄설물이라 부르는 입자 상태의 유기물 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민칭이     우리나라 갯벌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는 표층 퇴적물식자이다. 신생 퇴적물이나 살아 있는 미생물이 풍부한 저표 퇴적물을 먹는데 적합한 섭식을 한다.

 

 

 

  퇴적물식자는 이렇게 복합적인 혼합물을 먹이로 취하는데 모래알갱이의 표면이나 입자들 사이의 간극수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도는 중형저서동물 등을 용존되어 있는 유기물과 함께 흡수할 수도 있다. 또 봄철에는 식물 플랑크톤인 규조류나 편모조류가 대량 번식하며 그 후 이들의 사체와 동물 플랑크톤이 요각류의 분괴 등이 밑바닥에 퇴적되어 입자성 유기 물질의 공급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입상의 유기 물질은 밑바닥에 사는 퇴적물식자의 장을 통과하여 분괴라는 입자의 결집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퇴적물식자인 저서성 갯지렁이류는 수직의 서관을 만들어 밀집 개체군을 형성하는 종류도 있는데 만약 이들이 서관의 아래쪽 끝에서 퇴적물을 섭취한다면 퇴적물의 많은 양이 표층으로 수송된다. 또 밀집된 서관은 모래나 펄을 물리적으로 무껑 두어 매트를 만들고 저질을 단단하게 하여 결국 밑바닥을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저서성 갯지렁이류는 퇴적물 안정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칠게       굴집을 파고 그 구멍 가까이에서 기다란 눈을 세워 주위를 살피며 펄 속의 유기물을 골라 먹는다.

 

 

 

 

  퇴적물식자들 중에서 이매패류인 접시조개류, 해저의 표면을 기어 다니는 소형 고둥류, 갑각류의 일부와 유렁갯지렁이류, 실타래갯지렁이류 등은 신생 퇴적물이나 살아 있는 미생물이 풍부한 저표 퇴적물을 먹는데 적합한 섭식을 하기 때문에 선택적 퇴적물식 또는 저표 퇴적물식을 한다고 물린다. 이와는 반대로 이매패류 중에서도 아기호두조개류와 맵시조개류, 다모류에서는 대나무갯지렁이류와 빗갯지렁이류, 반색동물에서 별벌레아재비류, 해삼류에서 고구마해삼류와 닻해삼류 등은 저표 아래의 사니질 퇴적물을 무차별로 삼켜서 그 속에 포함된 유기물을소화 흡수하고 많은 야으이 모래펄을 분으로 배설하므로 비선택적 퇴적물식 또는 표면하 퇴적물식을 한다고 불린다.
  대표적인 저표 퇴적물식자인 갯고둥이나 민칭이와 모래갯벌의 고조선 부근에 수직으로 구멍을 파고 사는 게류인 엽낭게와 달라게, 펄갯벌의 상부 조간대에 구멍을 파고 집단으로 서식하는 칠게와 넓적콩게 등은 모두가 갯벌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동물들이다.
  엽낭게는 양쪽 집게다리로 번갈아 모래를 떠서 입으로 가져가며 턱다리로 규조류나 데트리터스를 모래로부터 골라내는데 그 효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먹이를 골라내고 남은 모래는 덩이로 내다버리기 때문에 바닷물이 나간지 몇 시간이 지나면 게 구멍 주위에 작은 모래덩이들이 많이 깔려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잡식자와 부식자
갯벌에는 순수한 초식성 1차 소비자들 이외에도 먹이 선택의 폭이 넓은 동물들이 생활하고 있다. 방게나 도둑게 등은 완전한 잡식성이며 동물이나 식물을 생사에 관계없이 잡아먹는다. 또한 갯벌에서는 황좁쌀 무늬고둥을 비롯한 좁쌀무늬고둥이 조개류나 게 등의 죽은 시체에 몰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부패된 동물 주위에 모여 먹어치우기 때문에 부식자 라고 불리며 갯벌의 사해식자 로 잘 알려져 있다.

갯벌의 사해식자 왕좁쌀무늬고동        조개류나 게 등의 죽 은 시체에 몰려 먹어 치우는 부식자이다. 특히 펄이나 모래펄갯벌에서 쉽게 볼수 있다.

 

 

 
 

넓적왼손집게의 고동 포식          갯벌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넓적왼손집게가 서해비단고동을 포식하는 순간이다.

 


 

  하구역 갯벌의 대표적인 표층 퇴적물식자인 참갯지렁이도 매우 넓은 범위의 먹이를 취하는데, 그것의 위 내용물을 조사하면 규조류, 선층류, 요각류 또는 그 알이나 식물의 작은 파편에서 데트리터스에 이르기 까지 매우 다양하다.
 

포식자
  복족류 중에는 갯고둥이나 왕좁쌀무늬고둥처럼 먹이 선택의 폭이 넓은 종류뿐만 아니라 큰구슬 우렁이나 흰민칭이처럼 완전히 육식성인 종류도 있다. 이러한 육식자들의 먹이 생물은 주로 이매패류가 된다. 미국산 우로살핑크스(Urosalpinx cinerea)는 우리 나라에서는 대수리에 가까운 종류로 굴이나 홍합의 조가비에 구멍을 뚫고 내부의 살을 빼먹는다.

바지락이 잡아먹힌 흔적          큰구슬우렁이나 갯우렁이가 보조 천공 기관에서 산성의 액즙을 분비하여 조가비를 녹이고 치설로 구멍을 뚫어 내장 기관이나 살을 먹은 흔적이다.


 

 

  캐리커(Carriker) 등의 연구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육식자들은 발의 앞쪽 끝에 있는 보조 천공 기관(accessory boring organ, ABO)에서 산성의 액즙을 분비하여 조가비를 녹여 연하게 한 다음 치설(齒舌)의 도움으로 구멍을 뚫고 입주머니를 집어 넣어 먹이의 내장 기관이나 살을 먹는 다. 그렇다면 이들은 하루에 몇 개체의 먹이를 필요로 할까? 아직까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실험실 수조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큰구슬우렁이 는 중간 크기의 바지락 다섯 개체를 하루에 소비하였다.
  갯벌에서 가장 높은 영양 단계에 있는 동물에는 만조 때 상향 포식(bottom-up predation)을 하는 어류와 대형의 게, 새우류를 비롯하여 도요새류나 물떼새류처럼 간조 때 하양 포식 (top-down predation)을 하는 철새 등이 있다. 갯벌을 생활 기반으로 한는 대표적인 어류에는 문절망둑이 있는 데 참갯지렁이 드으이 다모류나 기타 소형의 갑각류 등을 먹이로 한다. 가자미나 넙치류 등 많은 어류들이 특히 알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치어(稚魚) 때에 갯벌에 많이 의존하여 생활하며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갯벌의 조수웅덩이에서 떼를 지어 소형의 갑각류나 갯지렁이류를 잡아 먹는다.
  조류 중에는 도요새류와 물떼새류를 비롯하여 오리류, 갈매기류 등이 갯벌 생물을 먹이로 한다. 만물도요는 엽낭개나 참갯지렁이를 잡아 머곡 꼬까도요는 따개비나 옆새우류를 잘 먹는다.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등 부리가 크고 긴 종류는 칠게처럼 중간 크기의 게들을 잘 잡아 먹는다. 따라서 어류를 포함하여 갯벌의 거의 모든 동물들이 철새달의 먹이가 된다
  갯벌에서 먹이를 구하는 도요새류나 물떼새류의 먹이 내용물에 대하여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되어 있는데 같은 종 내에서도 계절이나 종소 에 따라 다르며 매우 다양하다. 결국 먹이 내용물은 그 종이 가지는 먹이 선호성보다는 주로 미채식 장소의 선호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채식하는 방법이나 먹이생물의 공간적 배치 등의 생물적 요인도 관련된다.

 

 

 

다양한 갯벌의기능

 

  갯벌과 염습지 식생을 포함하는 연안 습지 생태계는 왜 보존하여야만 하는가? 이 문제에 답하려면 갯벌과 염습지 식생의 기능과 가치를 구체ㅣ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연안 습지 생태계의 기능

  연안 습지 생태계는 자연 정화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와 기후를 조절하고, 연안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태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양식업 등에 이용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발휘한다. 최근는 관광이나 휴식을 위한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더블어 자연 탐구 학습을 위한 교육의 장소가 되고 있다.

자연 정화조의기능
  습지는 더욱 높은 육상부에서 흘러내려 온 빗물이 모여 더 큰 강에 도달하기 전이나 강의 중상류로부터 흘러내려 온 하천수가 바닷물과 만나기 전에 차단하는 중요한 여과 능력을 가진다. 이렇게 빗물이 바다로 흘러내려 가는 과정을 통해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은 과잉의 영양염류나 오염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수로를 막고, 어류나 기타 해양 생물의 난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부유 퇴적물을 감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안 습지의 갈대     습지 식생은 부유 물질의 농도가 높은 물이 강을 통해 습지로 유입될 때 그 유속을 떨어뜨리고 여러 부유물질을 퇴적시켜 생물학적 여과 기능을 수행한다.

 

 

 

 

 

 

 

  부유 물질의 농도가 높은 물이 강을 통해 습지로 유입될 때 습지의 가장자리에 밀생하는 식생이 유속을 떨어뜨려 여러 가지 부유물질을 퇴적시킨다. 갈대나 부들과 같은 식생으로 덮인 온대 지역에서는 최대 95퍼센트 정도의 수중 부유물질이 제거된다. 생화학적으로는 탈질 작용처럼 혐기성 또는 호기성미생물의 작용과 기타 화학적 침전 작용이 있어 특정 화학 물질을 물에서 제거하기도 한다.
  실제로 1990년에 조사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남케롤라이나의 콩가리 저습지대(Congaree Bottomland Hardwood)의 늪지가 없었다면 그 지역은 적어도 500만 달러 정도의 폐수 처리장이 필요하였을 것으로 조사되었다. 1997년 코스탄자(Costanza) 등이 과학저널“Nature”에 기고한 연구에서도 염습지의 정화 기능이 전체 경제적 가치의 67펴센트를 차지한다고 계산하였다.

자연 재해와 기후 조절의 기능
습지는 마치 '자연의 스펀지' 처럼 홍수나 비숨ㄹ 등 표면수의 급류를 일차적으로 차단하여 흡수한 뒤 천천히 방류시키는 동시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높은 수위를 일단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하안이나 해안의침식을 막고 홍수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환충지의 역할을 한다.
  특히 도시 하천수 주변의 습지는 빌딩이나 포장도로 위에서 흘러내리는 표면수의 급작스런 증가로 일어나는 범람의 피해를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습지가 해안 침식을 막고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일부 주정부에서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으로 일어나는 거센 파도를 완화시키기 위하여 습지를 복원하고 있다.
  습지를 구성하는 식물의 뿌리는 토사를 붙잡아 고정하고, 줄기나 잎은 파랑 에너지를 흡수하며 강한 유속을 약화시킨다. 특히 해안 습지가 토사를 고정시키면 자연히 지반이 상승되기 때문에 최근에 지구 온난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함으로써 일어나는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갯벌이나 염습지 식생, 기타 내륙 습지는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는데 지역에 따라 그 면적이 방대하면 국지적으로 대기의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생태적 기능
  미국에서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위협을 받고 있는 생물종의 약3분의 1 이상이 습지 생태계에서만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에서는 다양성을 갖는 전체 생물의 거의 절반이 습지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염습지 식생과 갯벌로 구성되는 해안 습지가 전체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부양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해양 생태계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해양 생택계 중에서 1차 생산력의 연평균 생산율을 살펴보면 하구역이나 해조숲-산호초 생태계의 생산력이 대륙붕이나 용승 해역보다4배 정도 높고 외해역보다는 거의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습지 생태계의 생산력이 대륙붕보다는 10배, 외해역보다는 거의 30배 이상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 다만 외해역보다는 거의 30배 이상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 다만 외해역은 생산력이 낮다 할지라도 그 면적이 전세계 해역의 90퍼센트 이상이기 때문에 지구 해양 생산
력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민칭이의 교미         늦은봉이나 초여름이면 민칭이의 찍짓기를 볼수 있다.

 

 

 

 

 

  한편 갯벌은 회유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한 급식이나 휴식 또는 번식 장소로 이용된다. 어떤 종류의  철새들은 특정 습지를 통과하여야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 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람사협약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그 규모에서 걸맞게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지난 3년여 동안 인천 용유도 의 을왕리와 덕교리 갯벌에서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을 계절별로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갯지렁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 총 214종이 발견되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세계학계에 신종 보고된 것만도 단각류 5종과 주변 간석지에서 발견된 갯지렁이류 2종이 있다. 특히 미소 갑각류에 속하는 단각류 5종은 용유도 갯벌에서, 제물포백금지렁이는 인천 주변 조간대 상부의 팻갯벌에서 집단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이들 서식처의 보호 대책이 요구된다.

경제적 가치
  대부분의 상업성 어류나 게, 새우류 등은 하구역이나 주변 연 안의 염습지 식생 또는 갯벌에서 알을 낳거나 어린 시기를 보낸다.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는 해산물의 3분의 2 이상이 바로 갯벌이나 염습지 식생에서 생의 일부를 보내는 종들이다. 저먼 동중국해나 황해의 중앙부에서 어획하여 수협이나 어판장에서 판매하는 각종 어종들도 얼핏 보면 원양에서만 서식하는 종처럼 보이지만 그들 대부분이 하구역이나 갯벌, 염습지 식생 등 연안 생태계에 의존하는 것들이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어시장에 나오는 전세계 수산물의 80∼90퍼센트가 연안의 천해(淺海) 수역에 직간접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결국 연안 해역의 높은 생산성에 기인하는데 특히 염습지 식생과 갯벌을 포함하는 연안 습지 생태계의 중요성이 가장 높다.
  또한 자연 생산물 공급처로서 갯벌의 가치가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연안 습지에서 나는 과일이나 목재 등을 개발하여 이용하기도한다. 우리나라에서는연안 습지나 갯벌 그 자체의 이용이나 효용성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곳의 생물들로부터 귀중한 의약품이나 신물질 등이 추출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에서의 생물 다양성 보존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머드팩 같은 서해안의 개펄을 이용하는 상품을 개발하였고, 개펄 마사지가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여 펄갯벌에서 얼구에 온총 펄칠을 하고 다니는 아가씨들을 가끔씩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갯벌은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극기 훈련의 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또 염습지 식생을 구성하는 해홍나물이나 칠면초, 나문재 등의 어린순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어촌도 많다.

문화적 기능
  최근 들어 습지는 낚시나 해수욕, 휴식, 광광 등을 제공하는 레저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더불어 사진가나 화가, 작가들에게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나 바다 소리 등으로 작품의 소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 그 문화적 가치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아스팔트와 큰크리트로 뒤덮인 시가지나 공업 단지에 묻혀 지내다가도 일단 갯벌을 찾아가면 넘실대는 푸른 파도와 눈이 부시게 하얀 모래사장, 광활한 갈대숲,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나는 갈매기떼 등 우리가 그려오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각박한 도시 생활에 시달리는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갯벌을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 탐구를 위한 교육장소로서의 기능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그 면적으로 보아 캐나다의동부 해안, 미국의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의 5대 갯벌로 꼽힌다.

김 양식장      갯벌을 이용하여 김 양식을 하는 곳도 많다.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는 해산물의 3분의2 이상이 갯벌에서 생의 일부를 보내는 종들이다.


 

 

 

 

 

 


 

  최근에는 갯벌이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로 인식되어 자연 관찰과 탐조(探鳥) 등을 위한 자연 학습장과 학술 연구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천수만 일대와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에 형성된 갈대숲의 연안 습지는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좋은 자연 학습장이 되고 있다.

  이렇듯 갯벌의 기능과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 우리의 생명을 지켜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연 정화의기능이다. 근 일본에서는 갯벌의 자연 정화 기능과 하수 처리 시설의 정화 기능을 수치화하여 비교하는 연구를 발표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우리의 갯벌 생물상과  가장 비슷한 이웃 일본의 예를 통해 갯벌의 정화 작용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갯벌의 정화 작용

  갯벌의 정화 작용은 크게 물리적인 측면과 생물적이 측면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물리적 측면이란 정화 작용 그자체가 아니라 정화를 촉진시키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조석과 파랑의 역할이 크다. 조석이나 파랑으로 해수가 충분히 교란되어 공기 중의 산소가 물에 용해되며 이렇게 용해된 해수 중의 산소는 유기물의 호기적 분해에 필수 조건이다.
  조석으로 물이 수직 혼합되면 만조 때 갯벌에 용존하는 산소량은 증가하는 반면 조하대에서의 용존 산소량은 두드러지게 감소한다. 그래서 어떤 해역의 오염 상태를 파악하려면 무엇보다도 해수의 유동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반폐쇄성 해역인 황해에서 해수의 유동을 유발시켜 산소를 공급하는 조석이라는 커다란 물리적 에너지가 없었다면 황해는 아마도 오염으로 사해(四海)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갯벌에서는 간조 때에 바닥이 공기 중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산소가 골고루 미치지 않는 사니 퇴적물 내의 간극수에도 산소가 용해된다. 이 과정을 통해 정화 작용에 필요한 산소가 갯벌의 물리적 조건에 따라 더욱 효과적으로 공급된다. 산소의 공급은 단지 물리적 교란이나 노출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며 갯벌 바닥의 부착성 미소 조류와 식물 플랑크톤처럼 1차 생산자들의 광합성 결과에서 유래하는 양도 많다.
  물리적 측면의 또 하나의 중요성은 파랑에 의한 동식물의 유해나 분괴의 세편화이다. 동물이나 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물은 사망하면 자신의 산소에 의해 스스로 분해되고 부패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사체가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파랑이나 정선 부근에서 모래 알갱이의 상하, 수평운동은 연해진 동식물의 사체를 더욱 잘게 부수어 준다. 이렇게 잘게 부서진 유기물의 파편들인 데트리터스는 이것을 다시 분해하는 박테리아의 착생 면적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번식을 쉽게 한다.
  정화 작용의 생물학적 특면은 더욱 중요하며 갯벌의 높은 생산력이 그것ㄷ을 지지한다. 이때 정화 작용이란 유기물의 무기화이기 때문에 이것을 담당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이 중요하다. 데트리터스의 표면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부착하여 있는데, 박테리아는 단백질을 암모니아로 그리고 다시 질산염으로 분해하고 산화시키며 최종적으로 탄수화물을 무해안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한다.
  한편 갯벌에서 비교적 많은 양이 존재하늕 조개류도 정화 작용에 대한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개류와 같은 여과식자는 부유물질의 여과 섭식을 통해 수중에 떠 다니는 유기물을 제거하는데 조간대의이매패류가 여과하는 해수의 양은 그 종류와 여과 활동의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조위 등에 따라 다르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갯벌에서 많이 나는 바지락의 경우 3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개체가 한 시간에 평균 약 1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고 한다. 갯벌애는 간조와 만조가 있고 바지락이 하루에 최소한 2시간 정도는 활동을 한다고 계산을 하더라도 하루에 2리터 정도의 해수를 여과한다고 볼 수 있다. 해수 중의 입상 유가ㅣ물의 양을 1리터당 5밀리그램이라 하고 바지락의 여과 효율을 50퍼센트로 친다면 한 개체가 일년 동안에 갯벌의 해수 중에서 제거하는 테트리터스의 양은 2그램 정도가 된다. 만약 100제곱미터의 갯벌에 1천 개체의 바지락이 서식한다면 이들이 일년 동안에 제거하는 테트리터스의 양은 2킬로그램에 이르며 여과하는 해수의 양은 400톤에 달한다.

바지락     하루에 최소 2시간 정도 활동을 하는 바지락은 2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 선재도에서는 매일 간조 때 2시간 동안 400여 명이 동원되어 10톤 가량의 바지락을 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서해안의 갯벌 면적은 이보다 훨씬 크고 이들의 서식 밀도도 훨씬 높다. 여과식자뿐만 아니라 개펄 속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퇴적물식자까지 포함하여 생각하면 대형 저서동물에 의한 갯벌의 유기물 제거량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또한 갯벌 생태계에서는 부패물 청소부로 알려진 왕좁쌀무늬고둥 등의 고둥류나 일부 게들이 갯벌 동물의 사체를 먹고 소화, 분해하듯이 먹이 연쇄를 통해 유기물의 무기화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갯벌에서 유기물의 분해가 박테리아의 작용에만 의존한다면 그 분해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다.
  하지만 이매패류나 고둥류, 갑각류 등의 현존량이 많은 것은 갯벌의 먹이 연쇄 중에서 소화를 통한 분해와 정화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갯벌 생물 군집의 구조와 종의 조성, 각각의 생물량을 파악하고 각 종들의 먹이 섭취 생태를 알아야 갯벌의 수질 정화 능력을 더욱 정확하게 계산할 수가 있다.

정화 능력과 하수 처리 시설의 비교
  최근 우리와 갯벌 생물상이 비슷한 일본의 마카와만 이시키 갯벌(10 제곱킬로미터)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만조 때 외해수로부터 갯벌 위로 수송된 식물 플랑크톤을 중심으로 하는 현탁 유기물은 여과식성 이매패류를 중심으로 한 저서동물들의 활발한 섭식에 따라 대부분 해수로부터 빠른 속도로 제거된다는 것이 정량적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 갯벌에서 현탁물을 제거하는 능력을 여과율로 보면 시간마다 약 8퍼센트의 비율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을 한 조석(12시간)주기로 계산하면 전체 해수의 96퍼센트를 여 과하는 셈이다. 동시에 24시간 동안에 166.6킬로그램의 질소가 소실되었다는 계산이다.
  이것을 같은 현탁물의 제거 기능을 갖는 하수 처리 시설과 비교하면 하루에 4.801킬로그램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계획 처리 인구가 10만 명이고 처리 대상 면적이 25.3제곱킬로미터 정도되는 하수 처리 시설에 상당한다. 이로부터 최종 하수 처리장 건설비를 견적하여 보면 우리 돈으로 약 1.221억 원이고 일년 동안의 유지 관리비가 57억 원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하수도 시설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여기에 필요한 시설 용지비, 펌프비, 펌프 시설 유지와 관리비를 더하면 대략 하수도 시설의 전체 건설비 총액은 약 8,782억원으로 계산된다. 하수 처리상 시설은 유지를 위하여 관리비가 필요하지만 갯벌에서는 바지락 등을 수확하여 오히려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어획은 바다로부터 영양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는 하수 처리장에서 말하는 3차 처리기능(용존태 질소와 인의 제거)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갯벌에서는 어업으로 수익을 얻는 동시에 자연 환경 정화 사업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갯벌이 존재하지 않는 부영양화 해역에서는 육상으로부터 영양염이 유입되고 바다 그 자체에서 생산된 현탁 유기물이 해저에 쌓이며, 그것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하여 심각한 빈산소 수괴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갯벌의 존재로 그 현탁 유기물은 대형 저서동물을 중심으로 하는 생물체로 전환되고 갯벌에 저장된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수산업에 유용한 종은 어획에 의해 육상에 운반되고 빈산소 수괴나 적조 발생의 악순환은 억제된다. 이때 갯벌의 정화 기능은 여과성 저서동물의 현존량이 많을수록 잘 발휘된다. 따라서 높은 정화 기능을 가지는 갯벌은 곧 생산성이 높은 이매패류 어장이기 때문에 연안 어업의 진흥이 가장 효율적이면서 경제적인 해역 정화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매립과 간척 등에 의한 우리나라 연안의 개발은 갯벌의 정화 기능과 능력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하며 되도록 갯벌이나 잘피밭 등의 해조숲을 파괴하는 일은 피할수록 좋다. 또 인공 갯벌의 조성이나 이매패류 어장의 조성 사업은 어획에 따른 어업 생산액만으로 투자 효과를 계산하여서는 안 되며, 어장이 갖는 정화기능을 기대 효과에 포함시켜 정책을 입안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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